현실 이야기

귀농 귀촌 뒤집어보기

낙동대로263 2018. 5. 31. 11:47



중·장년층의 연륜·경험 활용하는 생애·계층별 맞춤 지원정책 절실


농촌에 와서 스무해를 보내는 동안 지역사회에 대한 아쉬움 중 하나가 귀농·귀촌인들의 전문성이나 재능 활용에 무관심하다는 점이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번역가·기자·시인·소설가·화가·디자이너 등 직업인으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지역에서 해당 분야의 일거리와 연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편이다.

각기 사정이 있고 은퇴 후 일이 아닌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속 깊이 만나보면 대개 수입원을 만들고 싶어한다. 아울러 할 수만 있다면 지역에서 일을 통해 꼭 소득이 아닌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파 한다.

특히 자산 축적이 어느 정도 돼 있는 은퇴자들은 지역사회에서 일정한 직분을 맡아 봉사도 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그와 관련된 정보나 안내를 받은 예가 거의 없단다.

게다가 요즘은 귀농·귀촌 지원책이 청년층에 집중되는 것 같아 상대적 소외감마저 든다는 게 그들의 하소연이다.

돌이켜보니 이들 50~60대 중·장년층의 호소에 일리가 있다.

농사를 규모 있게 짓기에는 조금 늦지만 아직 왕성하게 활동할 시기임에도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나 지자체의 관심은 적다.

농촌진흥청이 주관하는 현장 실습 지원만 해도 그렇다.

나이가 젊을수록,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선정 가능성이 크기에 이들은 탈락하기 일쑤다.

도시에 가족을 남겨두고 선발대로 홀로 왔거나 부부만 내려온 경우가 상당수이니 말이다.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농촌에서는 세칭 ‘막내’에 가까운 이들에게도 분명 비빌 언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러므로 자기 분야에서 다져온 연륜과 경험을 되살려 정체된 농촌에 활력소가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연대와 협력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제는 나이와 가족수를 토대로 편 가르지 않고, 세대와 계층에 걸맞은 맞춤형 설계로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없도록 생애주기별 귀농·귀촌 정책이 나올 때가 됐다. 마치 보험회사나 자동차회사가 시장과 대상을 자세히 분석해 온갖 종류의 대응상품으로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듯이 기존의 지원제도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층이나 노년층이 자산이나 체력문제로 접근하기 어려운 임간재배는 이른바 ‘중·장년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만하다. 농지경작보다 긴 호흡이 필요하고 임대·매입에 상대적으로 많은 자산이 투입되면서도 관리 면에서 다른 계층보다 유리하기 때문이다. 즉 자산에 경험과 연륜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커질 분야이기에 지원명목도 부족하지 않으리라 본다.

실제 필자의 거주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임간재배를 하는 세사람이 모여 정기적인 교육을 받고 관련 정보를 나누며 협력하고 있다. 약초·야생화·산나물·유실수로 체험과 가공 등 최신 농업의 트렌드인 6차산업으로 수년 내 자립기반을 갖추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다. 그럼에도 어려움이 참 많다.

사람을 쓰려고 해도 구하기가 쉽지 않고, 평지가 아닌 까닭에 생산물의 채취와 운반도 무척 애를 먹는다.

산림청이나 농업기술센터에서 이런저런 도움을 주기는 하지만 피부로 체감하기에는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니다.

국토의 70%가 산이라서 청정도가 높은 산지 활용은 국민의 건강 먹거리와 밀접하다고 여겨진다.

그런 만큼 앞으로 귀농 지원책으로 임간재배에 적극적인 지원을 제안한다면 맥을 잘못 짚은 것일까.


예를 하나만 들었지만 이처럼 계층별로 연령·자산·체력·연륜·경험·직업 등을 면밀히 고려해 최소한 추천 업종과 품목이라도 나왔으면 좋겠다. 아울러 지자체에서도 지역 내에 유입된 분야별 전문가들을 조사해 이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한다.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그토록 바라던 일자리와 소득, 지역정착이 한꺼번에 이뤄진다면.

이환의<홍성귀농귀촌지원센터장·전국귀농운동본부 지역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