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 말

경 우 록 / 소노 아야코 ( 曾野綾子 )

낙동대로263 2017. 10. 6. 10:12




사람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소노 아야코의 경우록

 


출세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사람들의 모욕조차도 그냥 순순히 받아 넘긴다면 직장도 그리 힘든 곳일 리 없다.


귀가해서 욕조에 들어가 콧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마음으로 술도 한잔하고 저속하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봐가며 늦은 밤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을 기다린다면 마음은 편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일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다름아닌 재능이다.


혹은 귀가해서 진정으로 몰두할 취미가 있다면 집은 비밀스런 즐거움의 장소가 되기 마련이다.

회사에서든 집에서든 무리를 하면 피곤해져 인간성을 잃게 되는 것이 당연하다.

미움을 사면 미워하라고 내버려두면 그만이다.

무능하다고 비판받으면 무능한 얼굴을 하고 있으면 그만이다. 진실은 진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므로.


살아 있는 동안에도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제멋대로 행동했다.

적절치 못한 생각을 하고, 남들이 잘 안가 가는 특이한 나라를 여행하고, 하지 않아도 좋은 일들을 많이 했다.

담당 편집자나 가족에게도 폐를 끼쳤다.


그러나 죽어서까지도 계속 존재를 과시하고픈 마음은 추호도 없다.

한사람의 죽음을 간단히 매듭짓기 위해서 장례식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사후의 일을 나는 무엇 하나 바라지 않는다.

죽은 다음에는 한 가닥 미련없이 깨끗이 잊혀지는 게 좋다.


오랜 세월 이 세상에서 소란을 피워왔으므로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추모집 등을 고려해주는 출판사가 어딘가 한 군데쯤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은 토요일 아침이었으나, 나는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지 않고, 아침 일찍 하네다에서 오사카로 강연을 하러 떠났습니다.

남편은 우리 가정사로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주의였으므로, 우리는 세상의 상식을 전혀 따르지 않았습니다.


인생의 절반을 살았고 이제부터 후반부에 접어든다는 생각을 하면 내키지 않는 일에는 더 이상 구애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절실하다. 그것은 선악이나 도덕과도 전혀 별개의 사고이다.


단 일분이라도 한 시간이라도, 아름다운 것, 감동할 만한 것, 존경과 경이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추하다고 느끼거나, 때로는 없신 여기고 싶은 마음으로 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불어오는 바람처럼 언제나 솔직하고 부드럽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심히 원망하는 일 없이 살아가고 싶다.


공연히 참견만 하는 지겨운 사람도 있어요

나 정도 나이가 돼봐요. 싫은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대하게 되요.

희한한 사람 만나 재미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회사의 부장에게 회사 안팎의 사람이 머리 숙여 하는 인사는 그 부장이 하나의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사업상의 권한이므로 밥벌이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런 논리가 빤히 보이는데도 폼 잡기를 좋아하는 남자가 세상에는 정말 많은데, 본인에게는 그 우스꽝스러움이 보이지 않기에 참 안됐다.


정확히 말해 우리들 모두가 일시적 모습으로 살고 있다.

자식을 잃으면 더 이상 아버지도 어머니도 아니다.


선생님으로 불리는 때는 교실 안에 있는 순간뿐으로 모르는 동네에서는 거저 한 남자나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에서 낙선하면 국회의원이 아니고, 퇴관하면 재판관이라도 사기꾼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일시적 모습인 자신을 늘 인식하며 살아가는 방법밖엔 없다.

그 의식이 겸허하면 감사도, 미소도, 자유로운 정신도 도한 겸허해질테니까

나이에 상관없이 상식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


규칙이란 실은 스스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하게 이중 적용이 가능할 정도의 융통성이 있어야 한다


인간은 괴로운 일이 있더라도 기쁜 일이 생기면 보란 듯이 심기일전하여 살아갈 수 있다.

교제 범위가 넓어지면 특정인의 비난을 심하게 느끼지 않게 된다.

자신의 운명을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게 되며 자신을 닦달하는 사람에게도 자연히 관대해진다

나는 평생 적당하게 나쁜 일을 해왔기에, 적당하게 좋은 일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