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 류시화 (안재찬)

낙동대로263 2017. 1. 14. 15:06




------------------------------------------------------


가끔 ,,,

난 내 삶을 살면서 무엇을 배웠나를 피드백하기도 한다만 ...

류시화가 적은 이 글만큼 집약되고 요약되고 함축된 글은 잘 없더라 ..

류시화는 어떻게 이런 재능을 타고 났을까 ?  하는 부러움도 있다.


조금은 처연하달까 ?  허망함과 초연함이 묻어나고, 해탈의 문턱에서 쓴 듯한 시를 소개합니다...


--------------------------------------------------------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 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꽃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 출처 : 류시화 <삶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 서문 (1994년 봄) ---




'시조 &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 -- 신현득  (0) 2017.01.16
사랑도 그러하다 -- 안희선  (0) 2017.01.14
소녀의 바다  (0) 2017.01.08
정채봉 -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0) 2017.01.04
新 군학일계(群鶴一鷄)  (0) 2016.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