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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 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낙동대로263 2016. 3. 16.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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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아이러니한 글이 있어서 퍼왔다...

 

요지는 ,,  '세상이 정의롭다' 고 믿는 사람일수록 '불의를 외면' 하는 경향이 심하다는 것 ....

그 불의는 일어날 만 한 이유가 있었기에 일어났다고 믿으므로 외면한다고 한다.......

 

나는 어떠하냐면 ...... 세상이 항상 정의롭지만은 않다고 보는 편이다.

그것이 이 블로그에 재앙, 재난, 서바이벌 관련 글들이 있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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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끔찍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뉴스를 보고 있으면 수많은 사건 사고에 관련된 소식들을 끊이지 않고 계속 보게 된다.

그리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은 자주 무산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법안들은 통과되지 않고 미뤄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뿐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 변화를 바꾸려는 수많은 과학자들과 사회운동가들의 노력은 일부 정치인들의 이데올로기 싸움에 휘말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선거에서 사람들은 하루하루 끼니를 떼워가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리는 정치인을 뽑는다.

 

 

2차 세계 대전에서 학살당했던 수많은 유태인을 기리는 행사가

결과적으로는 반유태인 정서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아는가?

 

 

대체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날까? 한 가지 가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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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멜빈 러너(Melvin Lerner)는 흥미로운 발견을 한다.

 

캔자스 대학교(University of Kansas)의 대학병원 정신병동에서 일하고 있던 동료들의 행동이 의아했던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동료들은 친절하고 배려심 깊으며 따뜻한 마음씨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이 자신의 환자들을 대하는 태도는 때로는 잔인할 정도로 냉정하고 차가웠던 것이다.


왜 그랬을까?

알고 보니 동료들은 ,,,  환자들이 정신병을 앓거나 입원하게 된 이유가

환자들 스스로가 그 병을 자초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고 한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연구하고 싶었던 러너(Lerner) 교수는 1966년부터 실험을 시작한다.

 

 

 


그는 72명의 피험자들에게 옆 방에서 전기 고문을 당하고 있는 한 여성을 보여준다.

그녀는 양 손목이 묶인 채로 의자에 앉혀져 전기 고문을 당하고 있었고,

너무나 괴로워하며 비명을 지르고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물론 이는 실제 고문이 아니라 연구팀 소속의 학생이 연기한 것이었으나 피험자들은 그것을 알 수 없었다).


피험자들에게 전기 고문을 끝낼 수 있는 권리을 주자,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고문을 끝내기로 선택했다.

그러나 고문을 끝낼 수 있는 권리를 받지 못 한 피험자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고문을 당하는 여성을 보지 않고 외면하기 시작했다.


흥미로운 것은, 나중에 피험자들에게 고문을 당했던 여성에 대해 받은 여러가지 인상을 물었을 때,

여성을 외면했던 피험자들은 그 여성의 외모나 성격 등에 대해서 훨씬 더 안 좋게 기술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고문을 멈출 수 있는 방법이 없자,

고문을 당하는 사람이 고문을 당하는 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식으로 그 고문을 정당화시키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또 다른 실험에서 피험자들에게

"고문을 당하는 여성은 자신이 선택해서 고문을 당한 것이며, 그 대가로 돈을 받기로 동의했다" 라고

그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를 말해주자 사라졌다.


흥미롭게도, 대가로 받는 돈의 액수가 (고문의 강도에 비해) 터무니 없이 낮아지자,

피험자들은 다시 고문을 받는 여성을 외면하고, 그 여성에 대해서 안 좋게 기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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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너(Lerner) 교수는 이 실험의 결과를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우리 모두는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Belief in a Just World)" 을 지니고 있으며,

그것은 이 세상이 근본적으로 정의롭고 공평한 곳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타고난 경향입니다.

 

그래서 이 믿음과 반대되는 너무나 확연한 불의나 부당함과 마주했을 때,

우리는 어떻게든 그것을 해결하고 싶어합니다

 

잔인한 고문을 끝내거나, 아픈 환자를 낫게 하거나,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고 있는 죄수를 석방하고 싶어하는 거죠.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 때,

우리의 그러한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은 상처를 입습니다.

 

그리하여 그러한 믿음이 강할수록,

우리는 우리의 그러한 믿음을 바꾸기보다는

오히려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는 희생자가 그러한 일을 당하는 데에는 ,,

분면히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식으로 자기합리화를 하게 되는 것이죠.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 과 관련된 실험들은 그 이후로도 계속 이어졌으며,

수많은 사회적 현상들이 이 이론을 통해 해석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끔찍한 강간을 당한 여성에 대해서 미국 법정의 많은 배심원들은 아이러니하게도

"뭔가 그 여성이 스스로 강간의 희생양이 되도록 자초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편다.

이때,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배심원일수록 그러한 논리를 펼칠 확률이 높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이러한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사람일수록

AIDS에 걸린 환자를 강하게 차별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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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발표된 연구는 2014년 8월에 Policy Studies Journal에 발표된 윌킨스(Vicky M. Wilkins)와 벵거(Jeffrey B. Wenger) 교수의 연구가 있다.


이들은 1994년 부터 2006 년까지 미국에서 이루어진 사회 통계 자료를 근거로 어떠한 사람들이 더

"여성과 흑인에 관련된 차별 철폐 조치 Affirmative Action for Women and African Americans" 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지를 조사했다....

 

즉, 수천명의 사람들에게 문제가 있는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 에 대한 질문을 한 것이다.


흥미롭게도, 인종, 성별, 정치적 성향 등 모든 요인들을 고려했을 때,  가장 대답을 크게 좌우한 기준은,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 이었다.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 이 낮은 사람일수록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조치에 더 많이 찬성했으며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 이 높은 사람들은 대부분 굳이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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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정의롭고 공평한 곳이라고 생각하는가?

모든 일에는 --- 그것이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 그것이 일어나는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가?

그리하여 결국은 늘 善이 이기고 惡은 망하고 말 거라 믿는가?

 

 

그렇게 믿는다면 당신은 주의해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들을 잘못 판단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프고 괴로운 사람의 어려움을 도와주기는커녕 무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을 부당하게 심판하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본인은 정의의 편에 섰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불의의 손을 들어주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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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만큼 좋은 곳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주 갑자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무고한 사람이 죽기도 한다.

아무리 과학과 기술이 발전할지라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으며,

인간의 의지와 선택을 넘어 일어나는 일들이 참으로 많다.

 

그러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란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바로 그렇기에 모든 인간은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 을 가지려 한다는 것을,

아마도 위의 모든 연구들은 보여주는 것이리라.

 

 

하지만 ,,,,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정의롭지 않고, 공평하지 않으며,

늘, 언제나, 항상, 반드시, 절대로 권선징악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란 것을 인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첫 발걸음을 내디디지 못할지도 모른다.

 

 

조금은 아이러니하겠지만, 마음이 아프더라도, 인정하기 괴롭더라도,

"정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 을 잠시 접어두는 편이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이 연구들의 메인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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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작가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이 세상은 낙관론자가 살기 어려운 곳입니다. 아마 매일 저녁 죽고 싶어질테니까요.

그래서 나는 비관론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그러면 적어도 가끔씩은 세상이 생각하던 것보다 나은 곳이라는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이러니한 것은, 이 작가야말로, 전세계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국가들을 몸소 찾아다니며

현장에서의 불의를 고발하는 리포트들을 써나갔던 인권운동가이자 기자였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진정한 낙관론자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