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포터야 잘 가라.

낙동대로263 2014. 12. 17. 21:35

 

 

 

나에게는 3 대의 자동차가 있다.

아니,, '나에게' 가 아니라 '우리 집' 이라고 해야겠다.

 

그 자동차의 면면을 보면 ...

 

포터 더블캡 --- 97년식. 34만킬로미터 주행. 껍데기는 낡았으나 엔진은 짱짱함.

                      자동차 검사 시, 검사소 사람들이 연식 치고는 아주 좋네요..  관리 잘 하셨어요... 한다.

                      이 포터에는 내 모든 아웃도어 활동을 위한 장비가 항상 실려있다. 

                      난 이 포터가 아주 유용하고 실용적인 자동차라고 확신한다.

트라제 XG --- 2000년식. 30만킬로미터 주행.

                     그럭저럭 아직도 성능은 유지하고 있으나 타이밍 벨트 등등 주요한 몇가지 부품의 교체가 필요한 상태이다.

                     이 트라제는 내가 운행하기 보다는 거의 둘째가 운행했다.   나에게 있어서는 포터가 최고의 차이기 때문이었다.

투싼 IX --- 2014년식. 둘째가 트라제를 이어서 현재 운행하고 있다. 신차 이니  더 말할 것도 없이 성능 아주 우수하다.

 

내 고민은 ,,,,,

 

겨우 2인 가족인 우리 집에 자동차가 3 대가 있을 필요가 없어진 이 후 부터 생겼다.

내 생활방식과 성향 상, 아웃도어 활동이 많고, 사용 장비의 99%가 실려있는 포터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

포터를 선호하는 이유는 마구잡이로 운행해도 지금까지 전혀 고장 없이 잘도 달려주는 점도 있지만,,,,,

깨져도 긁혀도 우그러져도 굳이 돈들여서 고칠 필요가 없는 차량이라는 경제적 측면도 크게 작용하고,,,,,

장비를 싣고 내리고 운반하고 하는 과정이 너무도 쉽고 편하기에 그러했는데 ....

트라제와 포터 중, 하나를 없애야 할 판국이 된 것이다...

 

기본적인 성능이 우수하기야 트라제가 훨씬 좋지만....  내 성향을 봐서는 포터가 더 유용하기 때문인데 ....

 

어차피 이것저것 온갖 잡동사니가 전부 포함된 장비들을 정리할 필요도 없지 않고,

그것들을 정리하려고 가만히 들여다 보면서 필요품과 불필요품을 어림짐작으로 이리저리 대충 헤아려보니 거의 쓰지 않는 장비들 몇 몇을 처분해 버리면 트라제라도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오니 ....

결국,,,  합리적이며 이성적 판단으로는 17년 동안 같이 전국을 누비다시피한 정든 포터를 없애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건 나에게 있어서는 정서적 충격이다.

비록 엔진을 동력원으로 한 금속으로 만든 기계라고는 하지만 포터의 상태를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고

내가 뭘 해야 포터가 제 성능을 다시 찾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미리미리 정비한 덕분에 오늘까지 길다면 긴 세월을 같이 했는데 이제 이걸 폐차 해야 한다니 .....

 

내가 폐차를 거론하는 것은 폐차할 때 폐차장에서 주는 금액이 ,,,  판매했을 때 보다 훨씬 많기 때문인데 ....

이런 세속적인 이유로 17년을 같이 한 친구같은 기계를 ....

가슴이 아프다.

 

포터야 잘 가라.

엄마가 세상을 떠났을 때 만큼은 아니지만 좀 미안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내가 지금 즐기고 있는 이 아웃도어 활동을 언제까지 계속할 수 있을른지에 대한 확신이 줄어든 것도 포터 폐기의 이유 중의 하나이다.

어쨌든 잘 가라 ..  포터야 ...  그 동안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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