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이야기

남해 섬마을의 맛집들

낙동대로263 2020. 6. 12. 22:22

 

여행의 즐거움은 잘 보고, 맛있게 먹고, 좋은 사람 사귀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지역에 따른 특산물을 맛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고 또 중요하다. 이것 없이 무슨 재미로 여행을 다니겠는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음식 중에 남도(南道)의 음식 맛이 빼어나다고 상찬(賞讚)해왔다. 나는 남도 중 전라도, 특히 남해지방의 섬마을 음식이 그중 최고라고 생각한다.

거기에는 청정해역에서 산출되는 전복, 해삼, 소라가 넘쳐나고 섬의 독특한 풍토에 맞게 재배된 갖가지 신선한 야채들과 돌김, 해초, 젓갈 등이 풍성하다.

지비처럼 술 좋아하는 사람은 거기다 지방마다 빚어내는 개성적인 특산주를 빼놓을 수 없다.

(여기서 '남도(南道)'란 원래 경기도 이남의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제주도를 통틀어 일컫지만, 특히 남해바다를 끼고 있는 전라남도와 주변 섬들이 그중 백미이다.)

 

여기서는 술로서 주로 막걸리와 소주를 마신다.

막걸리는 완도에서 생산되는 <장보고의 꿈>, 해남 막걸리로 통칭되는 <두륜산 막걸리>, <옥천 막걸리>가 대종을 이룬다. 여기서 '옥천'은 충청북도 옥천이 아니라 해남군 옥천면을 말하며, 이곳의 송우종 명인이 빚은 전통 명품주를 대변한다.

소주는 육지에서 오는 관광객들을 위해 <참이슬>, <처음처럼>도 팔고 있지만, 현지인들은 주로 <잎새주>를 선호한다. 잎새주는 십여 년 전, 국내에서 생산되는 유명 소주들을 한데 모아놓고, 내로라하는 술맛 감별사 소믈리에들의 블라인드 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한 전라도 소주이다.

 

내가 하고많은 술 중에서 입술을 제일 좋아하듯, 한때 나는 이 '잎새주'가 '입술주'로 술이름이 바뀌었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그런 나무 잎사귀가 그려진 잎새술보다 미인의 붉은 입술이 그려진 입술주가 더 멋지지 않은가?

생각해보라! 입술주 가시내의 입술을 제 입술로 쪽쪽 빨며 마시는 기분을... 그 짜릿한 쾌감이 과연 어떠할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청산도 도청항 입구에 있는 <어부횟집>의 전복 뚝배기 김국(1만 5천 원)이다. 여기서 사용하는 김은 유명한 '곱창김'이다. 곱창김이란 완도와 해남의 오염없는 바다에서 연중 가장 먼저 채취하는 잇바디돌김을 가리킨다. 김엽채가 돼지곱창 같다고 하여 이름이 붙여졌으며 일반 김보다 훨씬 두껍고 촘촘하며 씹을수록 꼬들꼬들하고 감칠맛이 나는 자연산 최고급 김이다.

여기다 뿔소라 한 접시에 소주 한 잔을 쭉 들이키니 주위가 몽땅 천국처럼 보인다.

 

 

 

<어부횟집> 옆에 있는 <자연식당>의 아주머니가 만들어 준 특제 전복죽(2만 원). 잘게 썬 많은 양의 전복과 게우(전복의 내장)을 듬뿍 넣어 끓여낸 죽으로, 그야말로 그 오묘한 맛이 한마디로 죽여준다.

 

 

 

청산도를 떠나 여서도로 가기 전 날 저녁, 며칠 동안 사귄 그 동네 친구들과 <어부횟집>에서 회식한 광어정식. 해삼, 멍게, 뿔소라, 갑오징어가 서비스로 나왔다. 나는 완도 막걸리 '장보고의 꿈'에 취해 밤늦도록 남모르는 기쁨 속에서 해롱거렸다.

 

 

 

보길도 면소재지 청별리항의 모텔 겸 식당 <세연정>의 여사장이 자랑하는 양념꽃게장. 1인분에 2만 5천원으로 약간 비싼 편이었지만 '밥도둑'이란 별명처럼 돈 아까운 줄 모르고 게장에 밥을 비벼가며 허겁지겁 맛있게 먹었다.

 

 

 

<세연정>의 전복광어 모듬회. 그 집 메뉴에 없는 '소짜'로 시켰는데, 전복과 생선이 많아 그 자리에서 다 먹지 못하고 위층 모텔방에 포장해 가져가 해남 옥천막걸리와 더불어 예상치 못한 야식(夜食)을 즐겼다. (소짜 1인분 5만 원)

 

 

낙지전복전골. 원래 7만 원이지만 혼자 먹는 것이라 하여 특별히 3만 원짜리로 쪼깨(전라도 사투리로 '조금'이라는 뜻) 만들어 주었다. 그래도 낙지 한 마리에 큰 전복이 4개나 들어있었다.

(주인장 왈, 전복은 수량을 줄여 적게 넣었는데, 낙지를 산채로 반토막으로 자를 수 없어 그냥 통으로 넣었다고 한다. 우하하하, 고마운 일이다.)

 

 

해남 땅끝마을의 음식점 <전라도 한정식>에서 차려 나온 돌솥밥 정식. 이게 1만 원짜리 밥상이라 하니 놀랍지 않은가? 누가 언니인지 동생인지 모를 세 자매가 운영하는 이 식당, 그녀들의 음식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술은 해남 두륜탁주 삼산막걸리로 했다. 이 술은 맛도 일품이었지만 마신 후 뒤끝이 아주 좋았다. 두병을 연달아 마셨다.

식당과 같은 건물인 <에덴 모텔>에서 이틀을 묵었는데, 서울의 호텔만큼 청결하고 안락했다.

 

 

노화도 이목항에서 열린 '노화 5일장'을 견학하고 뒷골목 <태양식당>에서 먹은 백반정식. 아침 6시, 너무 이른 시각이라 젓갈을 미쳐 준비 못 했다고 겸연쩍어라는 주인장과 잎새주를 주거니 받거니 여러 잔 걸쳤다. 백반은 1인분 한 상에 8천 원으로 새벽일 나가는 전복 양식 노동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구운 조기와 김칫국물 맛이 아주 좋았다.

 

 

 

코로나 때문에 해남 땅끝마을의 음식점 중 태반이 문을 닫았다. 관광객도 거의 없었지만 음식값이 너무 비쌌다. 모듬회 1인분은 아예 없고, 2인분에 8만 원, 3인분에 12만 원이다. 스끼다시도 별로 내주지 않고, 초밥이나 구이, 튀김도 안 주는데 이러라 치면 서울의 웬만한 일식 전문집보다 더 비싼 것 같다.

 

 

 

노화도 산양진항과 완도 화흥포항으로 출항하는 카페리호 선착장 부근을 헤매다 간신히 멋진 이름의 음식점 <보물섬>을 찾았다.

전복물회를 시켰는데,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전복과 해삼이 그득하다. 싱싱한 전복과 해삼이 새콤한 육수와 함께 나그네의 미각을 돋워주었다. 특히 밑반찬으로 나온 것들 중, 두 가지 젓갈 맛이 아주 좋았는데 그제서야 남도의 음식 맛을 제대로 체험하는 것 같았다. (1인분 2만 원)

 

 

 

 

해남 땅끝마을 <삼다도> 횟집에서 낙지덮밥과 진도홍주로 점심 식사. 주인장이 조경을 좋아하여 음식점 주위를 누운 향나무와 아름다운 화초로 장식해 놓았다. 한껏 분위기에 취해 술 마시더라도 주의할 것은 진도홍주가 40도로 매우 독하니 조금씩 들이키도록 할 것. (1인분 1만 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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