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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시작" 에 대한 정의 / 마가렛 미드

낙동대로263 2020. 5. 16. 22:10


마가렛 미드는 아마도 가장 건강한 미국인 중 한 사람일 것이다.
그는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잡아가기 시작한 1920년대에 대학을 다녔고,
2차 대전이후 냉전시대에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인류학자다.

산업화 이전의 부족사회나 비서구 사회를 연구하던 인류학은 원래 광대한 식민지를 가진 유럽 학자들의 전유물이었는데, 1차 대전이라는 세계사적 참사가 일어나는 와중에 그 중심이 서서히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미국 인류학의 아버지’라고 일컬어지는 프란츠 보아즈는 당시 아메리칸 원주민 연구에 집중하면서 영국과 프랑스의 구조 기능주의적 인류학과는 다른 미국적 문화인류학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수제자였던 마가렛 미드와 루스 베네딕트는 미국의 인류학을 미국 내 원주민 연구에서부터 전 세계의 지역연구로 확장시켰고 심리 인류학이라는 분야를 개척하면서 미국 인류학의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미드에게 미국은 기질적으로 상당히 맞는 사회였을 것이다.
매우 실용적이고 현실참여적인 미드는 자기 나라를 적절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훈련하는 인류학적 트레이닝 덕분에 비 서구사회 뿐만 아니라 미국사회를 꿰뚫어보고 미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그는 한 사회가 가진 전제는 늘 변하는 것이므로 자기 사회에 대한 분석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드의 초기 연구는 사모아 지역에서 주로 이루어졌는데 그 연구는 1928년에 『사모아의 성년(Growing Up in Samoa)』이라는 책으로 출간됐다.

그 연구에서 미드가 주목한 현실은 예측 불가능한 행동으로 부모와 사회를 놀라게 하는 ‘사춘기’였다.
당시 심리학자들은 이를 호르몬이 변하면서 생기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말했는데 미드는 호르몬의 영향보다 문화적인 제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하면서 사춘기적 현상은 현대 개인주의를 강조하는 핵가족 사회에서 나타나는 특수한 현상임을 밝혀냈다.
 
이후 그는 『세 부족사회의 성과 기질』(1935)에서 남성과 여성의 성 역할 구분도 특정 사회에 따라 달리 배열되는 것을 밝혀내면서 모든 사회현상은 그 사회의 역사 문화적 맥락에서 분석돼야 함을 강조했다.

48세에 쓴 『남성과 여성』(1949)은 미국 사회를 정면으로 다룬 책으로 인류학자들이 자국 내 삶에 개입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 학예책임자이자 콜롬비아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문탐구와 후배 양성 뿐 아니라 날카로운 문화 비평과 대중 교육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미드는 애초에는 목사의 아내가 돼 많은 아이를 낳아 키우며 살고 싶어 했는데 아이를 낳지 못하자 이혼을 했다. 대학원에서 인류학도로 현지조사에 몰입하면서 낯선 현지에서 만난 인류학자들과 두 번의 결혼을 했다.
그의 세 번의 결혼은 당시 물의를 일으킬 사건이었지만 그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것이 자신이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흔들림 없이 자기 길을 갔다. 미합중국을 만든 선조들처럼 스스럼없이 자기 삶을 개척하고 인류학의 새 길을 낸 그는 직접 자서전을 쓴 후에 78세로 삶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