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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그래도 위대한 미국

낙동대로263 2020. 2. 7. 01:01


웃기는, 그래도 위대한 미국


오래간만에 TV 뉴스를 보다 하도 웃음이 나와서 이 글을 쓴다.

미국 국회 시정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단 바로 뒤에 있던 미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자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보기 드문 장면이 나왔다. 머쓱하던 펠로시 여사, 연설이 끝나자 보란 듯이 연설문을 두 번이나 쭉쭉 찢는 기가 막힌 그림이 또 나왔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말들이 지금껏 설왕설래 시끄러운데, 민주주의가 우리보다 한층 더 발달했다고 여기는 미국에서 난 일이라 마냥 웃음이 나온다. 만약 우리나라라면 대통령의 무례한 행동과 국회의장의 도 넘은 행동에 대해 더 난리를 쳤을 것이다.


더 웃기는 일은 상원의 다수인 공화당 소속의 밋 롬니가 의원 중 유일하게 트럼프의 탄핵을 찬성하는 표를 던진 것이다. 이유는 그의 말마따나 비록 당의 방침에 위배되지만 '신과 양심에 걸고..."한 정당한 행동이었다고 스스로를 변호한 것이다. 이를 보면 미국의 신과 양심은 하원과 상원,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에 따라 각기 다른 모양이다.


하기야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국회 연단에서 모 정치인이 "하늘과 신께 맹세코,  어쩌고저쩌고 .. "라고 떠든 일이 있었다. 이러자 한 반대당 의원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네가 믿는 신과 내가 믿는 신은 다르다."라고 받아친 일이 기억난다.


대개는 천벌을 맞을 놈들이 이런 말 곧잘 한다. 

하기야 요즘 유행처럼 지껄이는 "법과 양심에 따라, 주절주절... "도 마찬가지다. 이것 역시 법리와 도리를 어기는 놈들의 상투적 표현이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하늘' '신' '양심' '법' '정의'처럼 두리뭉실하고 만사형통한 단어는 없는 것 같다.

미 국회 사태를 보며 내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대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단을 점거하거나 맞고함을 지르는 극단적인 행동이 없었다는 것이다. 정적에 대한 그들의 공격은 집요하지만 난폭하지는 않다.

그것도 주로 말과 논리로 싸우지 물리적 충돌을 벌리지는 않는다.


이 말고도 놀라운 일은 많다. 

트위트 정치를 즐기는 트럼프의 엉성한 영어 문장을 보고 "트럼프가 고교시절 영어 작문 실력이 형편없었다."라고 고자질했던 선생이 아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고, 구구절절 변명 없이 딸과 사위를 공직에 임명하는 트럼프의 배짱이다.


사실 이는 직무수행의 위법 여부를 문제 삼을 수는 있어도 임명 자체는 헌법과 법률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

우리처럼 시시콜콜한 윤리적 문제를 들먹이며 딴죽 거는 쪼잔한 일은 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면전에서 상관인 대통령의 정책을 비난하고 깔끔하게 사의를 표하는 미국이 부럽기도 하다.


반대 없는 통치보다 반대 있는 민주주의를 원하는 미국. 

언론 없는 나라보다 대통령 없는 나라을 택하겠다는 미국.

무슨 일이 있더라도 "헌법적 가치를 위배했다"라는 비난을 듣지 않으려는 미국 대통령의 안달을 보며, "그래도 미국은 위대한 나라이다."라고 내뱉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