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이야기

네안데르탈인은 왜 멸종되었을까 ?

낙동대로263 2018. 4. 11. 23:33




침입종 인간 --- 인류의 번성과 미래에 대한 근원적 탐구
팻 시프먼 지음, 조은영 옮김/푸른숲·1만8500원

 



미래의 어느 날 ‘쌍둥이 지구’ 로 알려진 로스128b의 생명체가 지구를 방문한다면, 이들을 맞을 ‘지구의 대표’ 가 인간이라는 걸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그들이 적대적일지 우호적일지는 알 수 없지만, 외계인을 응대할 존재는 당연히 인간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지구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인 현생인류,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 어디서나 번성하는 진정한 주인 아닌가.


그러나 ,, 45억년 지구의 역사 중 인간이 지금의 지위를 차지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600만년 전 인간과 침팬지가 갈라진 뒤 250만년 전 호모속이 출현한 이래 네안데르탈,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스, 베이징 원인, 루시, 데니소바인 등 다양한 호미닌(호모과와 호모속 중간의 사람족)들이 살았다.


특히 인간과 경쟁하다 3만년 전 사라진 ‘최후의 비인간 호미닌’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보다 30만년 앞서 유라시아에서 진화해갔다. 네안데르탈인은 인간처럼 도구를 제작하고 불을 피울 줄 알았으며 의사소통이 가능했다.


무리 지어 매머드 같은 대형 포유류도 사냥했다. 사피엔스보다 뇌가 크고 다부진 근육을 갖춘 데다, 멸종 이전에도 한차례 빙하기를 이겨냈던 강인한 네안데르탈인은 왜 갑자기 절멸한 것일까?


     


 
일러스트레이터 댄 버(Dan Burr)가 늑대-개와 함께 매머드를 사냥하는 초기 현생인류의 모습을 상상해 2014년 그린 그림. 푸른숲 제공

 



미국의 고인류학자인 팻 시프먼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본격적으로 제시하기에 앞서 인간을 ‘침입종’이라고 정의한다.

침입종은 고유종, 자생종이 아닌 원래 그 지역에 속하지 않는 종을 일컫는다.


외래종 중에서도 생태계에 미치는 침입의 영향력이 클 경우 생태학자들은 ‘침입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각별히 경계한다.

그러나 지구 역사상 사피엔스만큼 강력한 침입종은 없다. “일단 인간이 발을 들이고 나면 그 지역의 동물상(특정 지역에 사는 모든 동물)이 붕괴하고 생태계에 격변이 일어난다. 이러한 전 지구적 패턴은 지금까지 알려진 예가 없다.”


시프먼이 이 책에서 집중한 공간은 인간이 침입종으로 처음 활동한 4만년 전 유라시아 대륙이다.

아프리카에 살던 사피엔스가 유라시아로 이동하자 본래 이 지역의 주인이었던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졌다.


그동안 인류학계에선 네안데르탈인들이 멸종한 이유를 놓고 기후변화설과 사피엔스와의 경쟁설이 맞서왔는데, 지은이는 이 두 가지가 배타적인 학설이 아니라고 말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네안데르탈인이 능숙한 사냥 솜씨를 발휘하던 숲이 사라지고 평원과 툰드라가 늘어난 것에 겹쳐, 새로 이주한 사피엔스와의 먹이 경쟁이 강한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 즉


 네안데르탈인들 입장에선 예전에 살던 대로 살기엔 환경이 척박해졌고, 사피엔스와 먹잇감을 나누기엔 부족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생태적 지위가 같은 두 종은 공존할 수 없다는 ‘가우제의 법칙’을 들면서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 중 어느 한쪽이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네안데르탈인들은 왜 인간에게 밀려난 것일까?


재까지 발굴된 유적지를 살펴보면,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들을 살해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을 직접 학살했다고 단정할 순 없는 셈이다.


지은이는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DNA) 분석, 세포핵 디엔에이 분석, 탄소연대측정법, 동위원소 분석 다양한 과학적 분석 기법을 종합해 네안데르탈인들의 멸종 과정을 짚어나간다.


몸집이 큰 네안데르탈인들은 생존하기 위한 에너지 필요량이 사피엔스보다 7~9%가량 더 많아 신체적 조건이 불리했다.

인간은 변화한 환경에 맞춰 식물성 먹이와 소형 동물에도 손을 대는 등 식단을 다양화했지만, 네안데르탈인들은 중대형 육상동물 위주의 입맛을 고수했다.


초원지대에선 창을 손에 들고 직접 먹잇감을 찌르는 네안데르탈인들보다는 발사형 무기를 투척하는 사피엔스의 사냥 기법이 더 효율적이었다. 네안데르탈인들의 유적지에서 동족을 잡아먹었던 흔적이 발견되는 것은 그만큼 생존 위기에 내몰린 이들의 절박함을 말해준다.


그러나 이 책의 재미는 이 정도의 설명에서 그치지 않는 데 있다.

시프먼은 2009년 벨기에의 인류학자 미체 제르몽프레가 현생 늑대, 현생 개, 선사시대 개의 두개골을 분석한 결과를 거론하며, 늑대도 개도 아닌 중간지대 ‘늑대-개’가 3만2000년 전에 살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개의 가축화가 인간이 농작물을 기르기 시작한 9000년 전에 이뤄졌다는 기존 학설을 뒤집는 것으로, 개를 기른 주체가 신석기 시대 농부가 아니라 구석기 시대 수렵 채집인이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늑대-개’의 출현 시기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지은이는 여기에서 개의 가축화가 인간이 네안데르탈인과의 먹이경쟁에서 승리하는 주요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가설을 끌어낸다. 인간은 바늘을 이용해 야무지게 털옷을 챙겨 입고, 위협적인 무기를 만드는 능력 외에도 ‘살아있는 도구’, 즉 가축을 ‘창조’함으로써 그들의 예민한 후각과 청각, 뛰어난 사냥 실력을 빌릴 수 있었다.


실제로 사람이 개를 데리고 사냥하면 사냥개의 도움을 받지 않을 때보다 획득한 사냥감이 56% 증가한다고 한다. “인간이 동물을 처음으로 가축화한 것은 도구를 최초로 발명한 것과 맞먹는 커다란 도약”이었던 셈이다.


궁금증은 서로 적대적인 인간과 늑대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냐는 지점이다.

시프먼은 ‘아이 콘택트’의 중요성을 제기한다.


무리 지어 생활하는 늑대는 사회성이 발달했으며, 시선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데 능하다.

이런 늑대의 능력을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개는 다른 동물에 비해 훨씬 오랫동안 인간과 눈을 마주치면서 교감을 나눌 수 있다.


인간의 눈 또한 개를 가축화하기에 유리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인간은 오랑우탄, 침팬지 등 다른 영장목 동물과 달리 흰자위와 열린 눈꺼풀을 갖고 있어 시선의 이동이 멀리서도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네안데르탈인의 멸종을 개의 가축화와 연관 짓는 시프먼의 가설은 논쟁거리가 되고도 남을 만하다.

앞으로 더 많은 보강 증거도 필요하다. 그러나 연대 측정기법 등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사피엔스의 실체를 놓고 더 풍성한 대화가 오가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임이 틀림없다.

이주현 기자 edign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23572.html#csidx2354a3b22e76c9e83e027dc61b50cd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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