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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중 한 가지

낙동대로263 2017. 2. 1. 19:49



    

▒ 문
저는 모태신앙으로 49년 동안 성당에 다녔습니다.
작년에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는데.. 그동안 보모님 하시던 대로 성당에 다니고 그랬지만
항상 기쁘지 않고.. 왜 사는지에 대한 의문이 해결이 안 되었는데
제 친구의 권유로 스님 책을 읽고서 아주 빠른 시간 안에 아주 기쁘게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집에 여전히 성모상이라든가 십자가상이 있고.. 성당도 나가고 있거든요.
성당에 나가면서 절에도 다니고 그러는데 그래도 되는지..

 

▒ 답
성당에 가고 싶으면 성당에 가고, 법문 듣고 싶으면 법문 듣고,
절에 가고 싶으면 절에 가고.. 아무 문제 없어요.
(그 두 가지를 다 하자니.. 여러 신을 섬기는 거 같기도 하고..)
자기는 사람 사귈 때 한 사람만 사귀어야 하나? 여러 사람 사귀어도 되나?
(저는 사람 사귈 때 양다리 걸친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아침에 가까운 절에 가고, 낮에 법륜스님 법문 듣고, 성당에 가서 성가대 하고..

이게 양다리 걸치는 건가?
그건 양다리 걸치는 게 아녜요.
(성당에서는 점치고 그러는 데 가지 말라고 하거든요)
성당 다니기 때문에 점치지 말라는 게 아니고,
점치는 건 불교에서도 하지 말라고 그래. 성당하고 관계없어요.
부처님도 인생의 운명을 점치지 마라..
계율에, 스님이 점쳐주지 마라.. 이런 게 있어.

그러니까 아무 문제 없어요.
찬송가 부르는 거 좋으면 성당 가서 하고, 법문 듣는 거 좋으면 법륜스님 법문 듣고
조용히 절하는 거 좋으면 가까운 절에 가서 하면 되고.. 그러면 돼요.
가독교식 논리로 하면.. 이 세상 만물을 누가 만들었어? (하느님이 만드셨죠)
그럼 스님도 하느님이 만들었지? 기독교 논리로 하면? (네)
그런데 하느님은 자기 피조물로 역사하시지? (네)
그럼 하느님은 스님을 통해서도 역사하실까? 안 하실까? 하겠지?
그 논리로 따져도 아무 문제 없어요. 모순이 안 돼.

그런데 주인은 좀 싫어해요. ^^
성당 주인이나 절 주인은 두 군데 걸치는 거 싫어해.
절에 다니려면 절에만 다니고, 교회 다니려면 교회만 다녀라.. 이렇게 말해.
같은 절이라도 이 종파 저 종파 다니면, 스님들이 하나만 다니라고 하나?

두 개 다 다니라고 하나?
같은 조계종 안이라도 이 절 저 절 다니면.. 하나만 다니라고 하나?

두 개 다 다니라고 하나?
하나만 다니라고 그래요.. 그건 주인 입장에서 그러는 거예요.
그렇지만 자기는 주인 입장이 아니잖아? 고객이지..
자기는 고객이니까 물건 좋은 데 찾아다니면 돼.
그건 배신 아녜요.

(그럼 제가 좋으면 두 군데 다 해도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요새 미국에서 태어나면 한국국적, 미국국적 두 개 다 갖을 수 있지?
옛날엔 한 번 딱 결혼하면 남편 죽어도 혼자 살아야 했지만,

요즘 세상은 딴남자랑 결혼해도 되지?
시대가 바뀌었어. 옛날에 너무 매달려 있을 필요 없어.
엄마가 절에 다녔으니까 나도 절에 다녀도 되고
엄마는 절에 다녔어도 나는 교회 다녀도 되고
엄마가 성당 다녔으니까 나도 성당 다녀도 되고
엄마는 성당 다녔지만 나는 절에 다녀도 되고
자기가 나쁜짓 한 게 아니잖아?
성질 아주 나쁜 하느님이면 질투해서 자기를 해치겠지만 사랑의 하느님이라면
내가 좋은 공부 한다고 절에 다니는데 하느님이 벌 줄 이유가 있나?
자기 믿는 신이 그런가?

(그렇진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좀 두렵고..
책상에 성경책이랑 스님책이랑 같이 꽂혀 있는 것도 좀 그렇고..)
나도 내 책상 위에 성경책도 있고 다 있어. 원불교 교전도 있고..
(잠자기 전에 어려서부터 하던 기도를 계속 하면서도
이젠 마음이 떠나 있는데 왜 이렇게 해야 하나 하기도 하고..)
그렇게 해도 되고, 치우고 불교로 기도해도 되고, 성모마리아상 놔두고 해도 돼요.
그게 뭐 그리 중요해?
불교로 크게 생각하면 그게 다 상(相)이야.
상에 불과하니까.. 상을 여의는 게 불법이야.

부처님이 이 세상에 오신 뜻은 중생을 이롭게 하려고 왔지, 괴롭히려고 왔나?
어떤 할머니가 저한테 와서 '아이고 스님, 걱정이에요.'
'무슨 걱정요?' '제가 지금 기도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소원성취가 안 될 거 같아요.'
'어떤 기도 하시는데요?' '손녀딸 입시기도 해요. 관음기도 하거든요..'
'그래서요?' '그런데 손녀딸이 교회를 다녀요.'
그러니까 그 보살님 생각에..

자기는 손녀딸 합격시켜 달라고 관세음보살을 열심히 부르고 있는데
손녀딸은 교회를 다니고 있으니, 관세음보살이 소원을 안 들어줄 거 같은 거지..
여러분들 생각에도 그렇죠? 안 들어줄 거 같죠?
그래서 제가 뭐라고 그랬게요?
'할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왜요?' '아이고, 관세음보살이 뭐 보살님 같을 까봐?'
관세음보살이 우리 같아요? 우리보다 마음이 넓어요? 넓지?
대자대비하신 관세음보살이 고3 짜리 여자애가 교회 다닌다고 밉다고
'에이, 넌 안 돼. 빼라..' 그러실 분이에요?
그러면 관세음보살이 아니지 ㅎㅎ
그게 말이 되나..
그러니까 우리가 신을 믿어도 너무 부로커 신(神)처럼 그런단 말예요.

진짜.. 하느님도 사랑의 하느님이라면..
정말 예수님처럼 자신을 못 박은 사람들조차 용서하는 사랑의 하느님이라면
내 아들, 니 아들 따질까? 안 따질까?
교회 오고 안 오고.. 이런 거 따질까? 안 따져요..
성경에도 그래 돼 있어요.

사람들이 하느님을 믿든 부처님을 믿든..
자 자기식대로 정해서 믿어요.
정말 하느님은 내가 절에 좀 갔다고 벌주고 그런 하느님일까 아닐까? 아니겠지?
그러니까 그런 거 걱정 안 해도 돼요.
내가 어떻게 진실되게 살 것인가.. 이걸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부처님은 종교를 초월하신.. 포용력 있으신 분이에요.
절에 보면 신중단에 화엄성중.. 뭐 많이 있잖아?
그 신들은 주로 인도 힌두교들인데
그걸 다 쳐냈어? 다 받아들였어? 다 받아들였고..
우리나라에 들어와서는 산신각, 칠성각.. 그것도 절 안에 다 넣아줬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기독교 신, 하느님도 넣어줄까 안 넣어줄까? 넣어줘요..

뭐 그런 걸 따지고 그래? 이 대자대비한 불법에..
그런 자세로 임해야 하고..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불교 좋으면 천천히 믿으세요.
처음엔 천주교만 다니다가..
두 번째는 법문만 듣다가
세 번째는 절에도 가 보다가
네 번째는 양다리 걸쳤다가
다섯 번째는 한 다리 뺐다가.. 이렇게 ㅎㅎ (대중들 폭소)

그러니까 그런 거 가지고 너무 따질 필요 없어요.
중요한 것은, 내가 어떻게 바르게 살아갈 것이냐.. 이게 문제예요.

아까 어떤 분이 질문했잖아요..
남편이 술먹고, 사업해서 실패하고.. 뭐 미워한다.. 그랬는데
저 문제는 교회 다녀도 해결 안 되고, 절에 다녀도 해결 안 되고, 성당 다녀도 해결 안 되고
종교 안 믿어도 해결 안 되고, 굿을 해도 해결 안 된다..
해결되는 유일한 길은 '아이고 여보.. 당신 사는 데 고생 많지?
내가 부족해서 당신이 더 힘들지.. 아이고, 죄송합니다..'
요렇게 엎드리면 성당 다니는 사람도 되고, 교회 다니는 사람도 되고
절에 다니는 사람도 되고, 종교 없는 사람도 돼요.
이것은 마음의 원리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진리하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