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가족 / 안희선
낙동대로263
2020. 7. 17. 17:57
가족
안희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늦은 저녁의 어둔 모습으로 귀가해서
습관처럼 식구들의 안부를 확인하며 밥을 먹고
아무 생각 없이 TV나 밤 늦도록 보고나서
피곤함을 못이겨 잠 자리에 들려는,
나를 발견했다
가족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도
서서히 자리잡는, 이 야릇한 서먹함
자꾸 말이 줄어드는 내 모습이
왠지 나조차 낯설어,
뒤척이는 밤
힘겹고 고단한 삶일수록,
날마다 내가 사랑이어야 하는데
나는 밤을 닮아, 더욱 깜깜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