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 시
고슴도치 / 김환식
낙동대로263
2020. 3. 13. 22:41
고슴도치
김환식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 있다
나도 가끔은 고슴도치가 된다
어쩌면 우리 모두 고슴도치처럼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내 몸 속에는 수만 개의 가시바늘을 숨겨놓은 채
남의 가시 하나에 내가 다칠세라
엉거주춤 견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간격을 두고 산다는 것은
적당하게 불신하며 산다는 것이다
내 숨겨둔 가시에 찔린, 그의 상처를 품어줄 수 있을 때
불신은 치유의 길을 걷을 수 있다
가까우면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소한 말 한 마디에 당신의 가슴은 무너지는 것이다
고슴도치도 새끼를 품고 산다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가시에 찔려보는 것이다
# 군더더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서로의 가시에 찔려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간극입니다.
상처가 두려운 사람은 더 다가서지 못할 테고,
상처를 품어본 사람은 아파도 다가설 테지요.
정말 불쌍한 것은 상처를 받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가시에 찔려볼 기회조차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서로의 가시에 찔려보는 것이 사랑이라는데...
매일 소소한 말 한마디는 준비하고 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