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 사람
글을 보고 ,, 맞는 말 같아서 퍼 왔음.
친구든 친인척이든 그 누구든 ... 난 돈거래는 안한다.
우리 사이에 돈거래는 하지 말자. 라고 하면서 거절한다.
그 말을 들으면 인간관계가 유지되고 ...
그 말에 섭섭해 해도 인간관계는 유지되더라 ...
하지만 , 돈 빌려주고 못 받으면 모조리 파탄이 나는 꼴을 더러 알기 때문이지...
그 사람 / 허홍구
급하다고 -- 꼭 갚겠다고 -- 날 못 믿으시냐고 --
그래서 가져간 내 돈 2천만 원
자식들에게도 내가 돈이 어딨노 했고
마누라도 모르는 내 쌈짓돈 그 돈 그만 떼이고 말았다
애타게 찾던 그 사람 몇 개월 만에 전화가 왔다
제가 그 돈은 꼭 갚아야 한다며
은행통장 번호를 알려 달란다
자기 식당 말아먹고 남의 집에서
하루 일당 5만원을 받아 어떤 날은 3만원을
또 어떤 날은 2만원을 통장으로 넣어준다
오늘도 그 사람 행방은 모르고 눈물 3만원어치를 받았다
기쁨도 3만원어치 받았다 돈보다 귀한 눈물을 받았다
내게 그 눈물은 행복이다 나도 눈물 3만원어치를 보낸다
ㅡ 시집 『시로 그린 인물화』 (북랜드,2012)
우리 주변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사건사고와 갈등의 대부분은 금전관계가 주요 원인이다.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해 삶이 비틀리는 경우를 흔히 본다.
가족이 풍비박산나기도, 시름시름 앓기도, 심지어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일도 있다.
최근 연예인들의 가족에 얽힌 빚 문제들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나야말로 오래 전 떼어먹힌 돈 때문에 오랜 기간 인생 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끼치고 주름이 생겼다.
90년대 초 삼성전자가 4만 원을 밑돌 때 300주를 포함하여 주식을 매각한 3천만 원을 가장 가까운 친구의 사업자금으로 빌려주고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결국 몇 년 후 연락두절 잠적하여 돈 잃고 친구마저 잃었다.
당시 은행이자가 월1부 정도이고 사채의 최저 수준이 월2부였다.
친구 사이에 사채이자를 받을 순 없는 노릇이고 은행이자만 받기로 했는데 원금마저 완전히 떼먹히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이자는 5개월 치만 입금되었다.
교회에 나가는 그 친구로부터 ‘세상 모든 재화는 본디 하느님 소유’ 라는 어이없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까닭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 주름의 여파로 아내와 갈라섰다.
친구의 의미에 통째로 회의를 느끼면서 동창회나 모임에도 나가지 않았다.
자연히 사람 도리 못하게 되고 사람을 믿지 못하면서 사람을 멀리 했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으나 날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머릿속은 엉망진창이 되었다.
믿었던 친구에게 당한 배신의 상처는 돈보다도 더 깊었다.
모든 가치관이 흔들리고 전도되었다.
세상이 싫어지고 세상에 자신이 없어졌다.
‘이번 생은 버렸다’ 고 생각하고 오랫동안 뒤죽박죽인 삶을 살았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머리터럭이 송연하다.
그 때 내다판 주식을 지금 가치로 환산하면 머리가 하예진다.
돈을 빌려주고 빌리는 일도 그 질이 천차만별이다.
누구도 무자비한 샤일록을 동정하진 않는다. 돈놀이나 탐욕이 개입된 돈도 마찬가지다.
윤장현 씨처럼 국 쏟고 사발 깨고 거시기 허물이 벗겨지는 경우도 있다.
돈을 꾸는 사람도 순 악질 사기꾼부터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정말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까지 다양하다.
선의로 돈을 빌려주고 받지 못하면 참으로 억울하고 억장이 무너진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남을 도와주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이 일어서고 형편이 펴인다면 얼마나 보람되고 뿌듯한 일인가.
그러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람을 속이고 돈도 속이면서 성선설을 무안케 하는 일이 다반사다.
현실에서는 서로 흐뭇하고 아름답게 유종의 미를 경험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능력이 없지 않으면서도 막상 갚을 날이 돌아오면 마치 제 돈인 양 아까운 생각이 들어 태도가 돌변하는 경우도 많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아예 전두환의 ‘배 째라’식 막무가내로 나오는 이도 있다.
거기에 비하면 시에서 ‘그 사람’ 은 참으로 양심이 바른 사람이다.
그래서 시인은 ‘돈보다 귀한 눈물을 받고’ ‘그 눈물은 행복’ 이라고 말한다.
어느 경우도 사람은 잃지 말아야한다.
돈보다 사람을 잃는 게 실은 더 두려운 일이다.
호되게 당했음에도 사람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고 싶은 마음으로 딱한 사정을 외면하지 못할 때가 있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살아갈 재미가 없는 세상이다.
빚은 반드시 갚아야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한마디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듯 채무자로서의 태도이다.
더구나 연예인은 팬들의 사랑과 응원을 먹고 사는 이들이 아닌가.
설령 본인 책임이 아니라 해도 팬심을 거스르는 언동은 삼갈 일이다.
권순진